프로의식이란 자기의 직업과 그 기능, 전문지식에 강한 자부심과 탐구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 전문적인 직업의식을 이른다.
현재 저의 직업은 콜센터 상담사입니다. 전화를 받기도 하고 전화를 걸기도 하죠. 제 직업을 듣고 이 일을 하고 싶다거나 부러워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고 저는 그런 상황들로 제 직업을 부끄러워 한 적도 없었죠.
콜센터 상담사 외에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참으로 다양했답니다. 1가지 일을 10년 이상 하신 님들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해 직업을 삼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배우기만 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고 맡은 일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답니다.
정말 모든 열심히.. 그리 성실하게 살았는데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변하더라고요. 고객님 얼굴을 마주하는 서비스직종에서 일을 했을때에도 클레임 거는 고객님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웃으면서 잘 처리했는데 콜센터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 그럴까요??
웃으면서 말하는데도 하고 싶은 말들을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심지어 직업의식까지 들먹이면서 쉽게 욕설 및 성희롱 발언을 하죠. 그런 상처를 겪다보면 머리속에 각인이 되어 비슷한 스타일의 억양과 말투의 고객님과의 통화시 울렁증이 밀려옵니다. 트라우마로 자리 잡혔을 지 모릅니다.
그런 말들을 매일 듣고 상황을 겪다보니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곪을대로 곪아 터지게 되죠. 터지면 작은 일에도 극도로 분노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요. 아~ 화를 금방 삭히는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죠. ㅜ.ㅜ
약간의 강박적인 성격도 있다보니 프로라면 어떤 상황에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허나 현재의 저는 욕설 및 수치스러운 말을 들으면 심장이 두근두근대면서 진정되지 않으니 스스로 프로답지 못하다 생각하고 강박적으로 프로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니 고민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화가 난 고객들이 어떤 말을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말도 여러번 들으면 싫듯이 부정적인 말들을 3년 가까이 듣다 보니 고객님들 말에 더 민감해지고 화가 난 고객님들을 상대할때마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제 자신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고객님께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화를 바로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어리석게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때문에 화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을 해봤어요. 그건 저의 욕심이었더라고요. ㅎㅎ
어느 회사든 메뉴얼이 있지요. 그 메뉴얼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실적까지 완벽하게 가져올 수 없답니다. 일을 하다보면 일이 능숙해져서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욕심이 생기고 뒤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악을 했다지요. 그렇다보니 뜻대로 되지 않으면 더 화가 났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시작할 당시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은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실적으로 인해 받는 성과금은 1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보니 회사의 룰만 생각하고 그 기준으로 일을 했으니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이죠.
실적을 올려서 성과금을 받아야 프로이며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걸 지키면서 일을 하다보면 건강한 정신을 지킬수 없더라고요. 돈이 좋기는 하나 ㅎㅎ 이 일을 하면서 건강한 정신까지 챙기는 것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힘든걸 어떻게 하냐면서 안타깝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힘든걸 저는 해내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ㅎㅎ 주위분들 대부분이 안타까운 시선들로 쳐다보곤 했는데 그들은 못하는 걸 저는 하고 있으니 대단한 사람이네요?? ㅋㅋ
그러니 힘들다고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덜 힘들고 더 힘든 일은 없으니 말이죠. 그건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죠. 이 정도는 프로다운 것 아닐까요?? ^^